"두루치기"

'대전에선 마땅히 먹을 많한 음식이 없다. 손님이 와도 모실 곳이 마땅치 않다. 대전은 먹을거리, 먹을 곳, 먹을 정보가 부족한 '음식 3무 지대'다. 라는 주제의 신문 기사를 보고 공감했다.


대전시에서 설렁탕, 돌솥밥, 삼계탕, 숯골냉면, 민물매운탕, 구즉 도토리묵을 대전 대표음식으로 선정한 적이 있는데, 설렁탕, 삼계탕, 냉면, 민물매운탕, 돌솥밥을 지역토속음식으로 내세우는 것은 지역민들도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설렁탕은 한밭식당, 삼계탕은 예전 구도심의 금성삼계탕, 동성삼계탕, 고려삼계탕, 돌솥밥은 귀빈식당, 무지개회관, 유성의 골프선수 장정 모친이 하던 경성회관이 유명하기는 했지만 전국구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소개되는 것들이 두부두루치기, 묵 정도이니 참 먹을거리가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두루치기란 소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조갯살이나 낙지 따위를 잘게 썰어 넣고, 콩나물, 버섯, 박고지 등과 함께 볶다가 양념한 국물을 조금 부어 끓여 낸 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두부두루치기는 예전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어서 두루치기가 충청도 사투리인줄만 알았는데 전국적으로 재료만 다른 두루치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오징어두루치기, 돼지두루치기, 김치두루치기 등등...


대전에는 유독 두부, 콩나물, 닭을 사용한 음식이 많은데 재료부족이 낳은 결과이다. 신선한 해산물의 부족과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단백질의 부족을 닭과 두부로 대신하였고, 이런 음식들은 대부분 저렴하다보니 손님대접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대전에서는 먹을 게 없다는 말을 하는가 보다.


두부두루치기가 전국적인 음식으로 거듭나았으면 하는 기원과 기대를 하며 대전역부터 유성까지 두부두루치기 전문식당을 접해보았다. 


"별난집"

대전역 앞쪽 중동 한밭식당옆에 있는 별난집 두부두루치기는  88년에 처음 맛 보았다. 지금은 강원도에서 공업선생님을 하고 있을 권계순 선배님하고 같이 였는데 아마도 충남대 사진동아리 앵글스 출사 후 였다.

별난집 두부두루치기는 맵고 고소하다. 그런데 맛있다. 면사리를 두부밑에 넣어서 나오는데 절묘한 맛이다.

서울출신 동료들하고 왔을 때 이런 집을 찾고 있다며 만족도가 높은 결과를 얻었는데 역시나 최고의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대전에서 가장 두부두루치기 맛이 좋은 집이다.  


"광천식당"

선화동 삼성생명 빌딩 부근에 있다. 과거에 광천식당 골목에는 벌집식당, 청양식당이 있어서 두부두루치기가 유명한 골목이었는데 지금은 광천식당만 남았다. 특생이 많이 남아있는 대흥동과는 달리 이 곳 선화동 충남도청 앞 쪽은 그 많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쇠락해 가는 대전 구도심의 아쉬움만 남아 있다. 충남도청마저 내포로 이전한 시점에서 (구)도청건물을 문화의 아이콘으로 변신시키지 않는다면 구도심의 공멸을 걱정해야 할 심정이다.



선화동쪽에 있는 두부두루치기 전문식당은 전통적으로 멀국이라고 부르는 구수한 칼국수 국물을 준다. 두부두루치기에는 보통 국수사리를 비벼서 먹는데 식사를 하기 전에 소주는 필수였고, 25도 소주시절에는 1병은 보통이고 2병은 주량이 센 사람으로 불렸었다. 지역소주인 선양소주대신 진로소주를 마시는 것이 대접받는 다고 생각되던 시절이다.



그런데 최근 광천식당에서 맛 본 두부두루치기는 훌륭하지만 최고는 아닌 것 같다. 추억은 남았지만 약간 맛은 변해버린 느낌이다.

별은 세개 ★

"진로집"

블로그를 검색해 보면 대전의 두부두루치기 식당을 소개할 때 진로집이 맛집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몇 개를 빼고는 온통 칭찬으로 가득한 식당인데 비록 맛을 평가하는 것은 주관이지만 진로집에 과찬을 남발하는 것은 블로그의 상업성을 의심해보게 된다.

 

'진로집'이라는 작명이 참 좋다. 아마도 진로소주에서 차용한 명칭인데 과거 진로소주가 지역소주에 비하여 한단계 위로 대접받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소주와 잘 어울리는 두부두루치기를 전문식당의 이름으로는 좋은 선택이다.

원도심인 대흥동 대전여중 앞쪽에 위치한 진로집은 작은 골목안이어서 일단 찾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건물과 변하지 않은 집기 등을 간직한 두부두루치기의 원조급 식당이다.





진로집에서 두부두루치기를 맛보면 대부분 반응이 비슷하다.  

맵다. 친절하지 않다.

오래된 건물이고 인테리어 감각이 있는 곳이 아니어서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친절함이 없다. 90년대 서구가 개발되고 대전청사가 이전하기 이전까지 대전의 대부분 식당들은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은 불친절함으로 인식되지만 당시는 아무 생각없이 장사가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진로집은 무대접이 대접이던 예전 대전지역 식당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데 간직하고 싶은 가 보다. 중구청에서 관내 맛집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외지사람들이 보면 기겁할 일이다. 


진로집은 소설가 백파 홍성유 선생(2002년 작고)이 선정한 한국 맛있는집으로 소개하였다. 방배추 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백파선생의 맛기행이 공짜는 아니었구나 하는 실망감이 높았는데 그보다 지금은 백파선생이 맛기행 하던 시대가 아니기도 하고 실제로 맛도 명성에 비하여 별로여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다.

별은 두개 ★


"내집"

20여년 전에 대흥동 풍년갈비가 유명했었다. 지역 극장에서 메인영화 상영전 극장광고에 나오던 갈비집이었는데 집안 행사라도 있으면 대흥동 풍년갈비를 가는게 통과의례 였다. 언젠가 이 식당 냉면에 대장균이 많이 검출되었다고 언론에 크게 나온적이 있었다. 지금은 만나기 힘든 우리 부모님과 삼형제가 같이 가족식사를 했던 좋은기억에 근처를 지나가면 풍년갈비 건물을 보게 된다.  

대흥동에 냉면집이 많다. 사리원면옥, 수라면옥 등등, 수라면옥 근처에 있는 내집식당이 있다. 개업한지는 11년째인데 주인 아주머니 음식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전북 김제가 고향이라고 하시는데 충청도 음식도 전라도 솜씨가 만나면 더 빛나는가 보다.

두부두루치기가 맛 있는집으로 화가 박석신의 소개가 있었는데, 올갱이해장국 전문식당이다. 올갱이해장국, 두부두루치기, 닭도리탕이 메인메뉴인데 음식과 어울리는 대흥동 구옥을 개조한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몇년전에 올갱이 국밥을 먹으러 왔던 기억을 있는데 그때는 맛을 잘 몰랐다. 올갱이 국밥은 어머니의 솜씨가 수준급이었고 집에서는 자주 먹는 음식이어서 식당에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게 내 성향인지라 두부두루치기와 증약막걸리(한겨레신문 회장이셨던 청암 송건호 선생의 고향 옥천 증약에서 만든 막걸리)를 먹었는데 수준급이다.

막걸리맛도 좋지만 두부두루치기는 별난집과 동급이다. 

이날은 막걸리와 두부두루치기를 함께 하며 예술가의 내면을 찾아가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대전에 오는 분들은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멋진 여행의 기억이 될 것 같다.

별은 다섯개 ★




"대선칼국수"

79년 10살때 부친과 함께 지금은 작고하신 은행동 김대윤피부비뇨기과에 갔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칼국수를 좋아하셨던 부친이 대선칼국수를 지나쳐 가지 못하셨다. 아픈 몸에 속은 울렁이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있었고 억지로 입에 넣은 칼국수는 ..  맛있었다. 

대전역 앞쪽에 있던 대선칼국수가 둔산동으로 이전하여 성업하고 있다. 부친이 칼국수를 좋아하신 것이 나와 아이에게도 칼국수를 좋아하는 동인이 된 것 같다. 

대선칼국수는 그 뒤로 잊고 있었는데 아마 10년전쯤 직장에서 몰려간 점심식사자리에서 칼국수를 입에 넣는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10살때 그 맛과 기억이 났다. 맞아 이집이야 하고..


그뒤로 대선칼국수를 자주 간다. 가게 입구에 다시다 박스를 쌓아놓고 영업하는 강심장인 대선칼국수의 두부두루치기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20여년 전의 꼬마가 느꼈던 맛을 한 번에 기억나게 해준 칼국수를 맛보며 가끔은 두부두루치기에 면을 먹기도 하지만 대선칼국수는 적당히 조미료가 들어간 국수맛도 훌륭하다.

별은 네개 ★


"동원칼국수"

대학 조교를 할때 송강동 동원칼국수를 많이 갔었는데 지금은 대전청사 앞에 있는 월평동 동원칼국수가 성업하고 있고 자주 간다. 

조개육수 칼국수이다. 대전에서 대흥동 대전중학교 근처에 있던 칼국수집들은 맵고 빨간 국물이 특징이었다. 별도로 쑥갖을 한 그릇 주는데 다른 고장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칼국수를 먹는 것을 볼 수 없다.

동원칼국수의 두부두루치기는 표준형이다. 특별한 특징은 없지만 적당히 맛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다.

최고는 아니다.

 

별은 세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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