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추억과 괴로움

중국 남방사람들이나 동남아사람들이 '코리아투어'를 하는 동기 중에 '눈'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눈이 내리면 들뜨던 마음은, 이젠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눈 내리는 풍경이 마음에 와 닫지 않는다. 매년 겨울이면 조달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제설대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자연현상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데 3류 언론들은 제설대책의 불균형을 마치 인간의 잘못으로 매몰차게 몰아치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무능하고 죄인으로 만든다.


3류 전문가들

우리나라의 제설제 공급을 총괄하고 있는 우리과에서도 눈은 피하고 싶은 상대이다. 제설대책은 언론기관에서 대중에게 선동적으로 어필하기 좋은 소재이기에 사실과 다른 무식한 보도나 염화칼슘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편파적인 기사라도 나오면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번 1월 달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모 박사(차마 이름을 언급하기도 한심한 내용이었다)라는 분이 기고한 제설제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가 우리나라 친환경제설제의 현실과 인증에 대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한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어서 웃음도 안나왔다. 화학에 대한 기초지식만 있어도 반박할 수 있을 정도의 기사가 유명 신문에 실리는 현실이 답답해서 반박메일이라도 보낼까 하다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였다.


사업가들

제설제로서 염화칼슘이나 염화나트륨 대신 '친환경제설제'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친환경제설제 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언론에 수시로 기사화되면서 마치 국산 친환경제설제가 저급이어서 신제품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하는 사대주의 기사,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대단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여 보도하는 촌지기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년간 이런 제설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황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친환경제설제를 정부정책, 지원금, 지자체 등과 엮어서 한 건 해먹는 사업으로 꾸미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마저

존경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께서도 친환경제설제 개발을 위하여 연구용역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 신문기사를 보았는데 사실이라면 박시장에게 제설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서울시 담당자들의 친환경제설제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친환경제설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이미 개발되어 있다. 염화칼슘에 중독된 지자체의 협조부족으로 친환경제설제의 사용량이 적고 보급에 한계가 있는 것이지 결코 기술적 문제가 있어서 보급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 친환경제설제는 기술적으로 하이테크니컬한 제품이 아니다. 이미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설비만 갖추면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단지 우리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을 뿐이다. 국내 최고부자자치구에서 국산 친환경제설제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염화칼슘이나 중국산 친환경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과의 싸움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 눈 내리면 눈이 쌓이고, 길이 미끄럽고, 차량, 사람 모두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자연현상을 감수하면서 물리적인 제설을 하는 것이 환경과 나라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도로변 상가를 보면 아르바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화려하게 겉을 꾸며놓은 휴대폰 가게 앞은 눈을 전혀 치우지 않아서 겨우내 빙판길이다. 우리에게 피해가 되기에 강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친환경제설제와 조달청

염화칼슘의 사용이 끼치는 환경적 악영향이 많이 알려지면서 시중에 친환경제설제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친환경마크 즉 환경표지인증을 받아야만 친환경제설제라는 공인을 받는 것인데, 친환경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저질제품들이 환경표지 인증 없이 친환경제설제라는 표기를 하고 판매하고 있다. 현혹되지 않아야 하고 정부에서 나서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친환경제설제는 조달청에서도 직원들 기피품목이다. 업무 조정을 하면서 기꺼이 계약을 하겠다고 받은 품목이지만 걱정보다는 오히려 성과에 대한 보람과 애정이 생긴다. 수천 건 계약을 해 보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품목이다.

조달청에서는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제품을 대상으로 다수공급자계약을 한다. 매년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방법 등을 개선하여 소비자와 공급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차고 있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조달청 사무실에서 이번 친환경제설제 계약을 하면서 받아 놓았던 견본품을 가지고 친환경제설제 부식실험을 해보았다. 기대치 이하의 성능을 보인 제품이 많다.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환경표지 인증이 반드시 우수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인식을 안겨줄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친환경마크, 환경에 주는 유해성이 적다는 성격이 강한데 화학적 반응에 의한 제설이 과연 환경적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조달청에서 십여년간 내자 계약을 해오면서 가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또 성과를 내고 싶은 물품이다. 내외부에 적도 많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품목이면서 가장 성과도 없고 상처만 받는다. 신규계약에는 계약방법, 인증, 국내생산량, 이론적 배경, 실제 사용자의 반응 등을 종합하여 사용자, 생산자 그리고 환경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겠고,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기대하시라...


'합리적인 소비 > 제설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화칼슘  (0)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