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옥천

대전을 떠나서 살 인연이 아닌지 직장도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달청 직원분들이 고향을 물어보면 무심코 대전이라고 답하지만 추억이 필요한 질문에는 옥천이라고 답한다. 어머니의 고향 옥천은 어린시절 좋은 기억들만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대전에 살면서 더 이상 추억이 밀려올 여지가 없지만 아련히 좋았던 기억이 많다. 그때 친구들과는 연락이 거의 되지 않는다. 

10여년전 인터넷 동창사이트가 대한민국을 들어놓았다가 내려놀때 소식이 궁금했던 특별한 인연의 초등학교 친구 주남종에게서 연락이 왔다. 강남역에서 만나고 그 후로도 소식을 전하곤 했는데 홀연히 사라지고는 이젠 친구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몇년 전에 힘든 일이 많았을 때 옥천에서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다. 격변기 80년 삼양초 옆에 아버지가 지었던 벽돌집은 누군가가 살고 있었는데 기초를 부실하게 하여 지반침하가 되는지 피사의 사탑처럼 약간 기울었다. 당시 대문이 3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는데 집이 너무 작다. 

내친김에 70년대 중반에 지었던 집에도 가 보았는데 산중턱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작은 언덕정도 였고 오래된 집이 너무 깨끗했다. 문패를 보니까 당시에 아버지에게 집을 인수하신 분이 지금도 살고 계신 것 같았다. 부모님이 지금의 나보다 적은 나이에 흙벽돌을 직접 찍어서 지은 집을 너무 잘 보존해 주셔서 고마웠다. 당시 집앞에 봉분이 있어서 그 위에서 뛰어 놀았는데 평지가 되었고, 집 근처 공동묘지는 식품공장이 되었고 그 공동묘지에서 무서운 줄 모르고 잘 놀았다.


옥천 구읍

2012년 여름 미국에서 박유미 여사님이 오셨을 때 원자력연구원 이용희실장님의 장계리 주택 건축현장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옥천 구읍에서 식사를 했다. 옥천읍은 신읍과 구읍으로 나누어 진다. 

1900년경 철도역 건설을 반대한 구읍주민들덕에 1905년 신읍에 옥천역이 생겼고 이후 구읍은 군이라는 작은 행정구역내에서도 발전이라는 세속의 범주에서 벗어나 생활의 큰 변화가 없었다. 덕분에 일제시대이전의 대부분의 건축물이 구읍에 있고, 옛스러운 멋도 있다.

구읍에는 초대 공화당 의장이었던 정구영 고택, 애국지사 김규흥 선생 고택, 김기태 고택, 복원된 육영수여사 생가, 옥천의 자랑인 정지용 시인의 생가(복원), 한옥으로 지어진 옥천여중 교무실, 죽향초등학교 등등이 남아있다. 

그러나 옥천 구읍에 가면 민망스러운 곳이 바로 시멘트로 발라놓은 실개천이다. 정지용이라는 큰 문화자산을 가진 옥천군에서 억지스럽게 생가복원을 하였지만 지용이 읆조린 실개천은 지금은 그냥 개천이다. 잡지에서 구읍의 실개천을 정지용시인과 억지 연결하여 미화하는 기사를 보았는데 지금의 사방을 시멘트로 발라놓은 개천을 정시인이 보았다면 하고 생각하니 참 민망하다. 




옥천 구읍에서 마당 넓은 집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이 되어버린 구옥의 초입에서 예전 기억이 났다. 이곳은 80년대 후반까지는 분명히 부친 친구분이신 백선생님 집이었다.  

대학 1,2학년 때도 자주 들러서 인사했던 내겐 좋았던 기억의 장소이다. 어느 날인가 오른쪽에 있던 사랑방에서 곤하게 낮잠을 잤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이 곳이 식당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착잡하기도 하고 옛 기억이 아쉽기도 했다.

이 집은 일제강점기에 옥천여자중학교(옥천여자전수학교) 교무실로 사용되었다. 한옥이 교무실이라고 하니 지금의 기준으로는 어색하지만 한옥이 학교로 사용된 귀중한 자료이다. 고 육영수여사가 옥천여중에서 짧지만 가정 교사생활을 하셨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이 건물에서 근무하셨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읍과 인연이 있는 유명인사가 많다. 하계리 출신 정지용 시인, 초대 공화당 의장이신 정구영 변호사, 육영수 여사, 가수 김현식 등이다. 김현식은 서울사람이지만 모친이 옥천출신이시고 초등학교때 옥천에서 살았다고 한다. 김현식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타리를 보면 서울 삼청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기 전까지 잠시 옥천 구읍 죽향초등학교를 다녔다.

김현식이 외로움으로 방황할 때 누나에게 옥천에 살 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곤 했다고 하는데 위에 설명한 식당으로 사용되는 옥천여중 교무실이 김현식이 옥천에서 살던 집으로 소개되었다. 옥천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기는 진한 매력이 있다.


▲ 옥천죽향초등학교 보존건물


정지용-육영수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옥천 죽향초등학교 구 교사이다. 1909년 사립학교로 개교한 창명학교가 1910년 옥천공립보통학교로 1941년 죽향국민학교로 바뀐 뒤 100년의 역사를 지니며 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육영수여사, 정지용시인이 동문이다. 1936년 지어진 죽향공립보통학교 교사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죽향초등학교 교정 오른쪽에 남았다. 지상 1층 규모의 일식 목조 건물에는 긴 복도에 3개 교실이 들어서 있다. 불과 15년 전까지 학생들이 수업을 받았는데 현재는 교육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육영수여사 휘호탑, 정지용 시비, 죽향리사지삼층석탑이 서 있다. 


                  ▲ 육영수 여사 생가

초등학교때 육영수 여사 생가로 소풍을 갔었다. 70년대 10살 어린이 눈에는 집에 연못이 있는 가장 커 보이던 집이었다. 80년대 육여사 생가가 폐가가 되어서 몇몇 지역분들이 복원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복잡한 사정으로 추진되지 못했었다. 다행히 최근에 복원된 생가는 예전같은 세월감은 없지만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옥천군에서 문화적 자산을 잘 활용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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