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수사받는 기법

2013. 4. 27. 16:54


 신문에 수사받는 기법에 대해서 나온 기사가 있었다. 조달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찰과 검찰 같은 사정기관에 몇번씩은 불려갈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생긴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 작성해 보았다. 참고로 내 기억으로 검경에 5번 정도 가봤네...


1.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수사관은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소환할 때는 잠깐 얘기만 하면 된다 하고, 신문할 때는 자백하면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일종의 신문 기법이다. 한 변호사의 말이다. “체포된 피의자를 접견하러 가면 대부분 조금 있으면 풀려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곧 구속될 상황인데도 말이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려면 수사기관이 소환 통보를 할 때 자신이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인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신분인지 확인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이라면 혐의 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어도 대부분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죄의 유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사기관이 그동안 불신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이 없어도 엮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작동하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2. 수사 초기에 변호인을 구하라

외국 영화를 보면 자유롭게 로이어를 부른다. 경찰은 로이어를 부르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평등한 관계로 바뀐다. 헌법에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때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면 더욱 법률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좋은 변호인을 소개받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초기 대응을 잘 못하여 기소가 되면 신분이 걸린 문제이므로 상당한 변호사 비용이 든다. 사후에 약방문 두드리는 격이다. 평균 3~5천 만원 정도의 변호사 비용이 사용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사건 초기에 돈을 아끼지 말고 변호사를 구하자. 변호사 양산시대인 지금은 친절하고 수임료가 저렴한 변호사가 상당히 많다. 출석 날짜도 수사기관과 협의하거나 조정·변경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 동안 방어 무기를 갖춘 뒤 출석하자.


3.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협업하라

아무리 성실한 변호인이라도 그는 남이다.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지도,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지도 않는다. 피의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지만, 변호인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무죄 증거를 수집하고 구속된 피의자와 변호인 사이를 오갈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 죄가 없으니까 혼자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자만이다. 수사나 재판은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가 결백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다. 특히 수사기관은 유죄라고 단정하고 몰아세운다. 유죄 증거는 확대하고 무죄 증거는 무시한다. 무죄라고 절규해도 그 상황을 혼자 벗어날 수 없다. 유죄 올가미가 씌워졌음을 인정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 일단 사건이 시작되면 주변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직장에서 잘못된 사건으로 2년을 고생한 선배가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해서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을 만든 다른 사람은 전화번호를 바꾸고 만나주지 않아서 내가 더 황당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자. 


4. 진술 거부권을 활용하라

헌법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진술거부권이다. 이는 단순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묵비권’이 아니다.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신문에는 일단 응하면서 불리한 질문에만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변호사와 협의한 진술만 하고 다른 질문에는 묵묵부답해도 된다. 흔히 대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현실에선 진술이 오히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한 검사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건은 피의자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수사기관에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죄 증거를 발견하고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직접 증거를 먼저 대라.”


→ 직장에서 보면 수사기관에 출두하면 이성을 잃어 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되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진술까지 열심히 하고 나온다. 잘 알고 지내는 수사관이 내게 말한다. 저런 놈하고 같이 근무하면 큰일 난다고..

필요한 말만 하자. 거짓말과 진술 거부는 다른 것이다.


5.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정하라

피의자를 조사실에 넣어놓고는 몇 시간 동안 대기시켜서 피의자가 불안감에 심리적으로 무너지도록 하는 수사 기법이나, 수사관 한명이 강압적으로 윽박지르며 수사를 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조금후에 푸근하게 생긴 수사관이 커피를 타 가지고 들어오며 고생이 많지요 하며 친절하게 대해주며 자백을 유도한다. 자신을 잡아넣으려는 사람을 구원자로 여기게 하는 전형적인 수사기법이다. 여기에 말려드면 안된다.

이럴 때 대응 방법은 출석할 때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미리 정하고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호인이 옆에서 수사관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수사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미리 정한 종료 시각이 지나면 조사가 끝나지 않아도 피의자는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장기간 조사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특히 심야 조사는 거부하는 게 낫다. 사실상의 가혹행위가 될 수 있다. 재출석하고 싶지 않아서 심야 조사에 응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계속 소환한다.


→ 경찰이나 검찰에서 재소환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재소환은 죄가 위중해서가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코 손해볼 일이 아니다. 수사관도 사람이어서 퇴근을 일찍하고 싶어 한다. 명심하자 수사관도 사람이다.


6. 자백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다

많은 증거 중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의자의 자백이다. 혐의 자체가 불분명할 때 일단 자백을 받아내면 수사가 압축되고 법원도 유죄를 선고한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을 때, 즉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자백만 가지고 유죄를 선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백은 ‘증거의 왕’으로서, 모든 무죄 증거를 뒤덮는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반복·유도 신문이나 “옆방에 있는 사람은 이미 자백했다”는 회유에 넘어가 거짓 자백해서는 안 된다. 혼자 계속 버티면 오히려 자기만 불리해질 것이라고 언뜻 생각하지만 전형적인 수사 방식에 불과하다.


→ 우습게도 수사기관에 소환된 많은 분들이 알아서 자백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 이런 성향은 똑똑한 사람이 더 심하다.


7. “의심스러울 때는 검사의 이익으로”

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인 것 같다. 판사는 사람이다. 따라서 억울한 일도 판사가 가려주지 못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선 양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적어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실이 100% 밝혀지기 어렵다. 게다가 판사는 같은 법률가인데다 공직자인 검사의 주장을 피고인보다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곧잘 무너진다. 따라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의 유죄 주장·증거에 대해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품도록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무죄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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