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지용과 백석

옥천에서 유년시절 기억이 깊어서 일까! 

옥천출신 정지용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향토색이 넘치는 그의 시구가 좋다. 그가 구사하는 향토적 언어 속에 있는 장소들이 시간을 흘러 변해갔어도 나의 유년시절과 일부라도 중첩되지 않을 까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80년대 말 지용의 시가 해금되었을 때 옥천에서 지용제를 준비하시던 부친 친구분의 설명을 통해서 처음 지용을 알게되었는데 이젠 옥천사람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되었다.

지용과 대비되는 시인은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불리는 평안도 정주출신 백석(백기행)이다. 사슴처럼 긴 목과 오목조목한 귀공자 같은 얼굴의 식민지 시인 백석을 돌이켜볼때 꼭 기억해야할 다른 한 사람은 백석이 사랑한 여인 나타샤 김영한(자야)이다.

백석에게는 모범생같은 지용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묘한 센티멘탈이 있다. 조각 같은 얼굴과 뛰어난 文材를 가진 영어교사 백석에게서 나타샤와의 사랑은 그의 시속으로 더 빠져들게 한다. 성북동 대원각이 백석의 시한줄만 못하다고 하신 나타샤(북구의 소녀)의 인터뷰 기사가 있다. 

넘 볼 수 없는 눈물나는 사랑이다.

오늘 투병중인 진곤씨 병문안을 위해 창원가는 길에 국문과 출신 김학민 박사가 낭송한 백석 싯귀에 다들 감동하셨다. 다음에 만나면 길상사와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겠다.

                                                   ▲ 말년의 백석과 가족들(미소년은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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