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산) 공세리성당

2013. 5. 26. 18:07


내포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의 앞자를 따서 유래한 명칭이다. 충청도는 과거 공청도로 불리기도 했는데 공청도의 공은 충청남도의 대표 도시인 공주를 지칭하고 있다. 공주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충청남도청이 있던 도시였지만 1932년 충청남도청이 인근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충청남도의 주도권은 대전으로 옮겨져 온 것이다. 

80년 넘게 대전에 자리잡고 있던 충청남도청이 광역시로 분리된 대전에서 2012년 내포신도시라고 명칭된 홍성 홍북과 예산 삽교 경계지역으로 이전했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를 내포신도시로 명칭한 것은 충청남도의 역사적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내포라는 명칭을 듣기는 했지만 익숙하지는 않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는 서북쪽으로 200여리쯤에 가야산이 있다. 서쪽은 큰 바다이고 북쪽은 경기도 바닷가 고을과 큰 못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동쪽은 큰 들판이고 남쪽은 오서산에 가려져 있는데 가야산에서부터 이어져 온맥으로 가야산의 앞 뒤에 있는 10고을을 내포라고 한다'라고 썼다.  여기에서 10고을은 홍성(홍주, 결성, 해미), 서산, 태안, 예산(덕산, 예산), 당진(신창, 면천, 당진) 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내포는 홍주목의 관활지인 충청남도 남부에서 경기 평택까지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내포에는 삽교호 방조제가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197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공식방문지였던 삽교방조제는 과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온천인 온양온천과 연계하여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역사가 있다. 

내포평야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미곡을 배경으로 예산에는 부자가 많았다고 한다.  일제시대인 1913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지방은행인 호서은행이 예산에 설립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대원군과 남연군묘 도굴사건

대원군의 부친이자 고종의 조부인 남연군의 묘는 원래 경기도 연천에 있었지만 풍수지리설에 심취한 흥선대원군이 야인시절 내포지역 예산군 덕산면으로 이장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 행적에 대해서는 파락호로 과장되어 알려져 있다.  기방출입을 하며 욕을 당하거나 '상갓집 개' 라고 비웃음 당하며 생활했다는 야사들이 우리로 하여금 마치 대원군을 한나라 유방의 젊은 시절과 비슷하게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며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그가 안동김씨 세력을 피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왕실의 대표성을 갖는 인물로서 꾸준히 왕가와 접촉이 있었고 재산이 적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흥선군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왕조이지만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왕가의 일족으로서 왕실의 권위를 되찾고 안동김씨와 노론세력의 독점적 권력과 횡포를 뒤집어 보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차분히 준비된 그의 노력이 철종의 죽음을 앞두고 신정왕후와의 정치적 결합을 성공시켜 고종을 즉위시킴으로써 조선후기 마지막 사회적 변혁을 시도해 보았으며 방심하고 있던 안동김씨 세력에게 최소한의 복수를 한 것이다. 

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취한 개혁정책들이 비록 대부분 실패하였지만 임오군란 때 구식군인들은 대원군을 구원자로 보았음은 그가 민중에게는 구원자로 보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고종 5년에 발생한 독일상인 오페르트의 남연군 묘 도굴사건을 들어본 기억들이 있다. 총인원 140명이 참가한 국제도굴단이면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사건이다. 미국의 사주로 유대계 독일인 오페르트가 기획한 이 사건은 조선에서 이익을 거둘 목적으로  흥선대원군의 부친이자 고종의 조부인 남연군 묘를 도굴하여 시체와 부장품을 가지고 조선의 통상개방 협상용으로 사용하려고 한 저질 행각이었다. 이 사건은 주범 오페르트, 미국인 전주 젠킨스, 프랑스 선교사 페롱, 그리고 조선인, 백인, 말레이시아인 필리핀인 중국선원 등 총 140명의 대규모 도굴단이 구성되었는데, 묘지를 도굴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한 일이 얼마나 추악한지는 논하지 않더라도 요즘의 대기업 약탈적 약자에 대한 횡포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이 사건의 출발은 국제도굴단이 행담도(서해안 행담도휴게소가 있는 그 섬)에 차이나호를 착륙시키면서 시작된다. 행담도가 이런 유래가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비교적 수심이 깊은 행담도에 착륙한 북독일국적의 차이나호는 그레타호를 부선으로 가지고 왔고 도굴범들은 부선을 타고 삽교천을 거슬러 올라가 덕산에 도착한 후 러시아군병으로 위장하여 남연군 묘를 파헤쳤다. 그러나 석회로 다져진 무덤의 특성과 묘지기등 주민들의 저항으로 도굴에 실패하고 도주한 사건이다. 이때 길안내를 맡은 조선인은 선교사의 말을 따른 천주교인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쇄국정책이 강화되고 애꿎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당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의 삵꾼 역활을 하는 사이비 종교인들의 폐해가 크다.

공세리성당

사랑은 추억을 타고 흘러가지만 우리는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25분, 천안아산역에 도착한다. 허무하게 짧은 시간이어서 잠시의 여유도 갇기 힘들다. 커피한잔을 호호 불어가며 도착한 천안아산역에서 생각해보니 아산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과거 아산은 아산현충사가 대표하는 도시였는데 요즘 생각나는 것은 삼성아산공장, 선문대학교, 순천향대학교, 온양온천, 아산만방조제 정도이다. 

출장중에 근교의 명승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번 출장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알려져 있고 천주교 성지로 이름 높은 공세리성당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박세리도 아니고 공세리라는 명칭이 특이하기도 하고 정감이 가는데 아산출신 최ㅇㅇ님께서  내포지역(당시는 아산, 서산, 한산, 청주, 옥천, 보은회인 등 포함한 40개 마을)의 조세를 보관하던 공세창이 있던 자리여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고 설명해 준다. 

충남지역에는 오래된 성당들이 많은 데 중국을 통한 서해안 으로의 천주교 전파가 그 이유인 것 같다. 김대건 신부가 내포(당진) 출신이라는 것은 이날 알았지만 기해박해에 순교한 김신부의 부친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으며 김대건 신부와 같이 유학하였던 두번째 조선인 신부였던 최양업 신부도 홍주 다락골(지금의 청양 화성) 출신이라고 하니 충청남도 서쪽은 초기 천주교가 전파에 주도적인 역활을 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충청도에서는 두번째로 오래된 성당인 공세리성당은 본래 '공세리공소'였던 곳을 신자가 급증하자 1895년 6월 드비즈신부가 공세리로 부임하면서 본당으로 승격, 공세리천주교회가 설립되었다.  1922년 현재의 고딕양식의 서양식 성당이 완성되었고 그뒤로 강당, 별관, 기타 증축 등이 이루어 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주차장에서 언덕 위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운치있다.




                    ▲ 성당에는 300년이 넘는 나이의 보호수가 많이 있어서 성당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 고딕양식의 본당



                 ▲ 내포의 평야지대와 멀리 아산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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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씨 순교자 3형제(박의서, 원서, 익서)를 추모하는 비




                   ▲ 32인의 순교자 현양비외 기념부조물






                                       ▲ 성지순례를 오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언덕위에 위치한 공세리성당은 멀리서 보면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지만 운치가 있고 소박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느껴지는 곳이다. 성당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충청도 시골 모습인데 주차장부터는 너무 멋진 성당이 나타난다. 사실 공세리성당은 예전부터 드라마나 CF에 자주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고 하며 김태희가 주연한 아이리스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보다는 조선시대부터 한국 천주교의 전파에 중요한 역활을 하였으며 많은 순교자들의 희생이 있는 천주교 성지인 공세리성당은 우리에게 차분안 휴식을 안겨주는 산소같은 곳이다. 평일이었는데도 성지순례라고 표시된 관광차들이 많이 보이고 안드레아, 마리아 등등의 이름표를 붙인 어르신들이 많이 방문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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