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사진작가 김아타

2013. 5. 6. 16:24


앵글스

충남대학교 사진동아리인 사진예술반은 영문으로 '앵글스'라고 부른다. 

60년대 선배님들이 1969년 광은회라는 이름으로 창립을 했고 내가 군입대전인 89년에 창립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 했는데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 45년의 역사를 가진 중년의 동호회가 되었다. 

많은 대학동아리들이 시대 변화에 따라 장기간 역사가 지속되기 어려운데 비하여 앵글스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재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고 300명 가까운 졸업생 OB들의 모임이 탄탄히 유지되어 대전에서는 깊은 역사를 가진 동아리로 남아 있다.

돌이켜 보면 위기도 많았고 갈등요소도 분명 있었지만 다들 대학 신입생 시절의 초심을 벗어나지 않고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5월 3일 토요일은 앵글스의 재학생 춘계수련회가 계룡산 동학사지구에서 있었다. 대전에서 접근성이 좋은 수련회장소가 계룡산국립공원이다. 우리 집에서도 약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다만 너무 많이들 가 본 곳이어서 식상해 하기도 한다. 앵글스의 수련회는 재학생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OB들은 재학생을 격려하고 과거를 회상하는게 관례이다. 이번에는 나도 선배형들하고 함께 참석했다. 


77학번 경우선배님부터 85학번 선배들까지 함께 했고 88인 내가 제일 학번이 낮다. 20년 전에는 대전 근교 강변에서 천막을 치고 캠프파이어를 했고 새벽이면 추워서 벌벌 떨던 기억들이 소록소록한데, 이젠 천막치고 노숙하는 시대는 아니고 편하게 민박집을 이용하고 법규정에 캠프파이어가 금지되어 촛불을 켜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구름에 달가듯이 세월에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 후배들도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김아타

이날 계룡산 동학사 아래 민박집에서 선배형들과 우리나라 최고의 사진작가는 누구일까를 놓고 대화가 이어졌다. 다들 추구하는 미의 세계가 달라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주제였지만 지금도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선배들을 포함하여 독설이 강한 형들까지 합쳐진 결론은 '김아타' 였다.  가명이 확실해 보이는 철학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그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맨하탄의 세계사진센터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Atta Kim - On Air 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사진작가인 배병우, 구본창, 김중만 같은 분들은 국제적인 인지도에서 김아타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흔히 빌게이츠가 즉석에서 고가의 사진을 구매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 김아타는 독특한 사진세계로 그만의 팬들이 많다. 

그의 이름인 아타는 그의 사상을 아타이즘이라고 부르고 사진소재로 부디즘이 사용되는 것을 접하면서 가 살고 타를 살리기 위한 것... 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여간 사진이라고 하기에는 어렵고도 쉬운 그의 작품을 보려면 그의 누리집을 찾아가면 된다. 


http://www.attakim.com/main.html




중악단

계룡산 3대 사찰인 신원사 경내에 있는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산신각이 중악단이다. 산신각이 사찰내에 있는 것은 불교에 녹아있는 토속신앙의 자연스러운 형태이기도 하고 구원과 기복의 구분보다는 삶속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픈 인간다움의 표현일 수 있다.

계룡산 과 무속신앙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과거 전국에서 가장 무속인들이 많았던 곳이 계룡산이고 지금도 공주시 반포면에서 계룡면쪽으로는 곳곳에 신을 모신 굿당들을 볼 수 있다. 계룡산에서 야간산행을 하면 기를 받기위해 치성을 드리는 무속인들을 볼 수 있다. 영험한 신령이 약해지면 계룡산에서의 기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선이 건국되고 태조가 전국 3곳의 신령한 명산에 산신각을 만들어 국가의 제를 지냈는데, 북쪽 묘향산에는 상악단, 나라의 중심이자 한때 수도로 삼으려고 했던 신도안 근처 계룡산자락에 중악단을 그리고 남쪽 명산 지리산에 하악단을 만들어 나라를 위한 제사를 산신에게 지냈던 것이다.

현재 북한에 있던 상악단과 지리산의 하악단은 조선시대에 멸실되었고, 계룡산 중악단은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중악단 내부 - 산신령이 위엄이 없다



신원사에 가보자

대전에서 공주쪽으로 가면 공암을 지나면서부터 계룡산이 보인다. 무속적인 뉘앙스가 있는 계룡산은 웅장하지도 호방하지도 않은, 볼수록 아름다운 갸냘픈 여성미를 보여주는 수려한 산이다. 계룡산에는 동학사, 갑사, 신원사라는 유명한 삼대사찰이 있다. 지금은 도예촌으로 유명한 상신리에도 과거에는 고찰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흔적이 없고 우리들 기억속에는 동학사와 갑사가 많이 알려져 있다.

계룡산을 가려면 대부분 대전에서 공주방면으로 가다가 박정자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주차장이 있는 동학사방면으로 가는 게 일반적 여행코스이다. 주차장과 가까와서 접근성이 좋은 동학사는 처음본 사람은 황당할 정도로 계룡산과 어울리지 않는 멋없음에 실망을 하게 만든다. 6.25 전쟁때 절의 대부분이 소실된 것이 원이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절의 부족한 품격에 대찰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동학사인지 모르고 절을 지나가곤 한다. 

멋없는 동학사이지만 청도 운문사, 김천 청암사와 함께 비구니를 교육하는 대표적인 강원이다.  


      ▲ 박정자를 검색하면 연극배우가 나온다. 박정자는 밀양박씨들이 많이 살던 이 마을에 정자 나무가 많아서 유래되었다.

갑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국어책의 수필 갑사가는 길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가 맺어준 인연의 남매의 전설이 있는 남매탑 이야기와 잘 버무려진 갑사의 추억은 갑사라는 임팩트가 강한 절 이름과 어울려져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계룡산과 가장 어울리는 절은 '신원사'라고 할 수 있다. 무속신앙, 울긋불긋하고 치렁치렁한 옷, 그리고 칼춤을 추는 무속인, 기복신앙 등과 잘 버무려진 계룡만의 이야기가 있는 절이라고 생각 된다.

계룡산에 오면 계룡의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동학사를 들러보고 식당에서 동동주를 걸치고 산으로 직행하는 운치없음보다는 잔걸음으로 신원사를 둘러보고 계룡산의 묘미를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그리고 중악단에서 그리 신통해보이지 않는 산신령께 한 마디 건내보는 즐거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