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악단

계룡산 3대 사찰인 신원사 경내에 있는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산신각이 중악단이다. 산신각이 사찰내에 있는 것은 불교에 녹아있는 토속신앙의 자연스러운 형태이기도 하고 구원과 기복의 구분보다는 삶속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픈 인간다움의 표현일 수 있다.

계룡산 과 무속신앙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과거 전국에서 가장 무속인들이 많았던 곳이 계룡산이고 지금도 공주시 반포면에서 계룡면쪽으로는 곳곳에 신을 모신 굿당들을 볼 수 있다. 계룡산에서 야간산행을 하면 기를 받기위해 치성을 드리는 무속인들을 볼 수 있다. 영험한 신령이 약해지면 계룡산에서의 기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선이 건국되고 태조가 전국 3곳의 신령한 명산에 산신각을 만들어 국가의 제를 지냈는데, 북쪽 묘향산에는 상악단, 나라의 중심이자 한때 수도로 삼으려고 했던 신도안 근처 계룡산자락에 중악단을 그리고 남쪽 명산 지리산에 하악단을 만들어 나라를 위한 제사를 산신에게 지냈던 것이다.

현재 북한에 있던 상악단과 지리산의 하악단은 조선시대에 멸실되었고, 계룡산 중악단은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중악단 내부 - 산신령이 위엄이 없다



신원사에 가보자

대전에서 공주쪽으로 가면 공암을 지나면서부터 계룡산이 보인다. 무속적인 뉘앙스가 있는 계룡산은 웅장하지도 호방하지도 않은, 볼수록 아름다운 갸냘픈 여성미를 보여주는 수려한 산이다. 계룡산에는 동학사, 갑사, 신원사라는 유명한 삼대사찰이 있다. 지금은 도예촌으로 유명한 상신리에도 과거에는 고찰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흔적이 없고 우리들 기억속에는 동학사와 갑사가 많이 알려져 있다.

계룡산을 가려면 대부분 대전에서 공주방면으로 가다가 박정자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주차장이 있는 동학사방면으로 가는 게 일반적 여행코스이다. 주차장과 가까와서 접근성이 좋은 동학사는 처음본 사람은 황당할 정도로 계룡산과 어울리지 않는 멋없음에 실망을 하게 만든다. 6.25 전쟁때 절의 대부분이 소실된 것이 원이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절의 부족한 품격에 대찰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동학사인지 모르고 절을 지나가곤 한다. 

멋없는 동학사이지만 청도 운문사, 김천 청암사와 함께 비구니를 교육하는 대표적인 강원이다.  


      ▲ 박정자를 검색하면 연극배우가 나온다. 박정자는 밀양박씨들이 많이 살던 이 마을에 정자 나무가 많아서 유래되었다.

갑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국어책의 수필 갑사가는 길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가 맺어준 인연의 남매의 전설이 있는 남매탑 이야기와 잘 버무려진 갑사의 추억은 갑사라는 임팩트가 강한 절 이름과 어울려져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계룡산과 가장 어울리는 절은 '신원사'라고 할 수 있다. 무속신앙, 울긋불긋하고 치렁치렁한 옷, 그리고 칼춤을 추는 무속인, 기복신앙 등과 잘 버무려진 계룡만의 이야기가 있는 절이라고 생각 된다.

계룡산에 오면 계룡의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동학사를 들러보고 식당에서 동동주를 걸치고 산으로 직행하는 운치없음보다는 잔걸음으로 신원사를 둘러보고 계룡산의 묘미를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그리고 중악단에서 그리 신통해보이지 않는 산신령께 한 마디 건내보는 즐거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