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시장은 해물시장

부산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기장시장이다. 멸치나 짚불장어로 유명한 대변항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장시장에 가면 갈치의 유혹이 있다. 기장시장 초입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장이 아니고 예장인 기장교회를 지나서 시장으로 들어가면 내게는 일본어 보다 이해가 늦게 오는 진한 부산사투리를 사용하는 상인들의 호객(초청)이 있다. 가장 많이 파는 생선은 수입산 킹크랩이다. 바다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내게는 그림의 떡이고 덕분에 우리 가족들도 킹크랩을 기대하지는 않고, 기장시장에 오면 늘 들르는 시장내 성화상회에서 아주머니가 추천하는 기장미역을 사고 시장구경을 한다. 




갈치구이/찌게의 지존 못난이식당

충청북도는 통금도 빗겨간 내륙지방이다. 내륙에서 갈치요리는 항상 구이나 졸임이었지 싱싱한 갈치요리는 본적도 상상해본적도 없다. 그래서 갈치하면 늘 비늘이 벗겨지고 눈이 풀려서 동태와 사촌간인 갈치만 보았는데 어머니의 갈치구이는 김창완이 노래하는 엄마와 고등어만큼 맛있고 좋았던 기억이다.

산갈치는 10년전에 서해안 보구치낚시할 때 대낮에 내 낚시대에 물려 준 멍청한 갈치가 처음이다. 청개비를 물고 온 바보갈치였지만 은빛몸매는 늘씬한 치어리더 같았다. 물론 아름다움은 잠깐이고 토막이 되어 횟감으로 사라졌지만 아름답고 맛있었다가 나의 기억이다.

2000년 할머니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 지역유지이신 교수분께서 사준신 갈치찌게를 처음 먹어 보았다. 경북을 경계로 하여 신선도의 문제로 윗 지방은 졸임을 먹지만 아래지방으로 갈수록 국물의 양이 많아져서 부산으로 가면 찌게가 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안동 간고등어도 신선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탄생하였는데 같은 유래일 것이다. 논현동 진동횟집에서 내온 미역국에 갈치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미역국은 소고기나 굴로 끓이는 것으로 알고 있던 상황에서 신기했던 기억도 있지만 역시 음식은 주변의 로컬푸드가 최고의 맛을 가져오는 것 같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갈치구이나 '찌게집은 많지만 내가 느껴본 맛중에는 잊을 수 없는 BEST OF BEST였다. 식당은 시골시장에 어울리는 규모와 건물이었고 늘 받는 화투번호표를 가지고 기다리면 사전 주문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같다. 싼가격은 아니지만 1인분은 1.5인분정도의 양이다. 6인이 4인분정도 시키면 적당하고 주문량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누가 못난이 에요 하고 물었을 때, 갈치를 굽던 여사장님이 내가 못난이에요 하고 답을 하신다. 시원시원하신 분이다. 그 뒤로 몇 차례 더 가보았는데 장사가 잘 되는지 못난이 사장님의 얼굴에 여유가 묻어난다. 미국에 간 이웃들도 한국에 오면 못난이식당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잊을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먼 길이지만 매년 나를 식객으로 변신하게 해주는 곳이다.